한나절 간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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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일 2008/5/14 (17:56) IP 주소 58.224.128.164
    한나절 간의 동행 70대 쯤 보이는 그 아주머니를 만난 곳은 내가 사는 근교가 아니라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기 북부지방에서 였다. 비가오거나 장마철이 되면 하천이 범람을 하여 온 동네를 물바다를 만든다는 동두천 외곽에 지은 지 반 새기는 넘은 허름한 집에 홀로 살고 있었다. 하는 일이 알려주듯 가끔 오늘같이 먼 길 까지 출장을 가서 전기공사를 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당일로 다녀 올 때도 있지만, 일 이 년에 한 번 쯤은 이틀이 걸리는 경우도 발생을 한다. 대부분이 빌딩이나 공장, 상가 같은 큰 건물을 위주로 일을 하였는데 난생처음 가정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른 아침에 출발을 해서 두 시간을 넘게 달려간 곳은 흡사 그 옛날 서울의 달동네를 연상케 하였다. 좁은 골목길이 많았으며 지은 지 오래된 건물은 녹슬고 패인 곳이 많아 균열이 생겨 어딘가 모르게 기우뚱한 모습으로 그 세월을 대신하고 있었다. 도로 겸 마당 같아 보이는 공간엔 이미 꺼내놓은 가재도구와 생활 집기 들이 그 집 앞 도로에 가득 찼으며 생각과는 달리 지붕이 아주 낮은, 지붕위엔 스레트가 얹어져 있는 일자형 집이었다. 마치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을 키우는 우사나 돈사 같은 건물에 칸막이만 치고 사람이 사는 것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따지고 보면 이보다 더 열악한 환경과 상황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무척 많이 있을 것인데, 내가 알지 못하거나 눈으로 보고도 무심히 스쳐 지나가버린 것들에 대해서는 일상에 시달리며 바쁘다는 삶을 이유로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 한 부끄러움 같은 것이 밀려왔다. 우리들은 무엇인가!, 나는 또 그 아주머니와 무엇이 다른가! 나도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연민이 밀려들어 가슴 한 구석을 쓸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 아주머니가 느끼며 겪고 살아야 할 심정에 공감과 유대감이 이미 형성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그 아픔들과 현실 속에 가려진 나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내 가슴에 울분이 되어 목구멍을 타고 가슴속을 후벼 파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작업 반경에 들어 있는 건물의 내부와 보이지 않는 천정 속 까지 확인을 하기 위하여 작업복을 갈아입고 천정의 얇은 합판을 부수는 순간 산더미처럼 쏟아지는 오래 묶은 먼지와 스티로폼 부스러기, 그리고 쥐똥이 말도 못하게 내 얼굴과 머리위로 가득 떨어지고 있었다. 일을 시작한지 한 두 시간쯤 지났을까, 언 듯 봐도 병색이 완연한 연세 드신 여자 한 분이 길에서 바로 집으로 들어오는 문을 들여다보신다. “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요” 라고 말씀을 하시더니 드링크 한 박스를 내려놓고 계셨다. 그 때만 해도 더 자세한 그 집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 수 가 없었다. 농담 삼아 말을 했다. “네? 그렇다고 다 말하면 되나요. 이것만으로도 감사 합니다” “아냐요. 수고하시는데.....” 혼자서 그 많은 일을 오늘 하루에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부랴부랴 서둘러도 하루에 마칠지 말지는 몰랐다. 알았다고 대답만 해 놓고 일사분란 하게 나의 계획에 의해 일을 시작을 하고, 어느덧 점심때가 가까워지면서 얼핏 밝을 쳐다보니 집 앞 길모퉁이 쯤 아까 보았던 그 아주머니가 오전 내내 그곳에 계셨음을 알 수가 있었고, 그 이후로 그 여자 분이 그곳에 사는 주인 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 올 길이 멀고 일요일이라서 차가 많이 정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바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오후가 되면서 뇌리에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언제인가 들었던 말인데 생활이 어려운 영세민을 상대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 무상으로 집수리를 해 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것이 듣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예감은 자꾸 그 쪽으로 맞춰 들어갔고, 길가는 그 동네 사람들이나 다른 일로 나와 함께 갔던 사람들의 은연중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을 남겨두고 내려오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시간이라도 알기 위해 시계를 쳐다보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어가서 5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더 이상의 일의 진전을 기대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나는 마무리에 접어들었는데 다른 분야로 함께 간 사람들의 일이 진전이 없기도 했고, 여기서 마무리를 해도 될 것 같았다. 길이 먼지 공사를 맞은 책임자도 여기서 공사를 끝내고 내일 자기들 끼리 와서 못다 한 일을 하겠다고 한다. 근처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고 먼지 묻은 옷을 갈아입고 아까 보았던 그 아주 머니 쪽으로 갔다. 이미 아주머니의 눈은 알 수 없는 설움으로 인하여 눈시울이 붉게 닳아 올라 있었으며, 눈동자엔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슬며시 다가가 물었다. “여기가 아주머니 댁인가 보죠?” “네.....” 하루 종일 가슴이 아픈 상태에서 일을 하다가 결국 아주머니와 얼굴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려니, 아까보다 더 가슴 답답한 심정을 참아야 했다. 사실 이쯤이면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을 다 알게 되었기에 더 이상의 나의 궁금증도, 그것을 알기 위한 더 이상의 물음도 결국, 그분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할 것 같아 고개를 숙인 채 침묵 할 수밖에 없었다. 몇 천원 밖에 들어 있지 않은 주머니 속으로 손이 자꾸만 들어갔다 나왔다 를 연달아 하면서, 머뭇거려지는 내 자신의 마음은 내가 보아도 무엇을 하려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저..... 제가 아주머니에게 무슨 도움이 되어 드려야 하나요?” 이 때 아주머니의 훌쩍이는 콧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는 듯 숨기려 하시는 그 소리 속에 난 이미 가슴에서 울고 있었다. “전화 번호 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지금은 전화를 사용 할 수가 없어요.” 공사 중인 집안에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는데 그분의 말이 당연한 말이 아니던가. “지금 말구요, 제가 올라가서 시간 나면 전화 드리도록 할게요.” 불러주시는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입력을 하고, 마지막으로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였다. “먼 곳에 아주머니의 건강을 생각하는 아들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세요.” 여전히 훌쩍이는 콧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출발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함께 올라와야 할 사람들이 내일 계획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라면 오는 길에 이야기를 하여도 되고, 전화로도 가능한데, 한동안을 서서 결정도 나지 않는 이야기에 그 아주머니도 다소곳하게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또 다시 가슴에 새겨 놓아야 할 것은, 여리고 여린 가난한 사람들의 진실 앞에 고개를 숙여야만 했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또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모두가 서민이라고 자칭을 하는 이 세상,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이 세상의 진짜 서민의 가슴에는 사시사철 지지 않는 무궁의 꽃이 만개하기를 바라며 한 나절의 짭았던 동행은 이렇게 끝내야만 했다.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삶의 고백을 사랑합니다. 뜨거운 눈물 모두 다 가슴으로 참아가며 가난한 마음속에 지지 않는 꽃씨를 키우고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꽃은 계절따라 피고 지지만 지지 않는 당신의 가슴을 사랑합니다. 마음이 울적해 지는 날 당신에게 달려가면 당신 가슴속에 얼굴을 묻고 새벽을 노래할래요. 당신도 나와같은 인생의 동행입니다.
        타인의 계절 錦袍 권영의 돌아온 봄이 꽃보다도 더 아름답다 못내 불러보다 봄은 또 다시 봄에 앉아 날갯짓 하는 사이에 말 없이 지겠지. 가는 계절을 아쉬워 하며 흐르는 물에 파란 나뭇잎 하나 떼어 살며시 띄어 놓고 두 눈을 꼭 감으며 오지도 않은 가을을 노래하겠지. 떠나버린 봄이 그립다고 그 이름 또다시 불러 놓고 남루한 옷 벗어 알리도 없는 지난 봄을 말하자고 하겠지.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나 늙고 타인이 되어 남남이 되는 봄부터 겨울까지 남겨진 모든 것 들을 사랑해야지.
      글.錦袍 권영의<새벽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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